손꼽아 기다리던 명절...
새로운 한해의 시작과 함께 설이 또 들이닥쳤네요.
저마다 고향으로 향하느라 심한 교통체증에도 아랑곳 않고,
마치 불나방이 제몸 던지 듯 고향으로, 고향으로...
어떤이는 태어나 죽는 순간까지 고향에 있기도하고,
또 어떤이는 유년기를 고향에서 지내고, 도시로 떠나온 이들도 있을테지요.
저는 후자에 속합니다.
진학과 동시에 도시로...
그래서 고향이라고 가봐도, 친구가 없습니다.
그치만, 고향의 친구처럼 서스럼없이 다가오는 고향의
풍경은 언제봐도 낯설지가 않지요~
다행인건 아직 고향을 지키고 계시는 백부님댁이 있어서
이렇게 유년시절 뛰놀던 아련한 기억을 되새기며,
숙부님가족과 사촌 형님네와 함께...
산보를 하게되는 행운도 올해는 주어집니다.
그때의 국민학교도 진학하기전 나이에
모내기 하시던 어른들 심부름으로 주전자에 막거리 가득 채워
논으로 향하던길에 풀뿌리에 걸려 넘어져, 그 아까운?
곡주를 모조리 업질러 버렸던 기억이...
불혹이 넘은 지금도 생생한 것은
그때의 장소가 정말 하나도 변치않고 고스란히 남아있음이란걸 압니다.
어쩜 이렇게도 변치않고 고스란히 옛모습 그대로일까?
동네의 집들은 바뀌었지만, 주변풍경이 변치않음이 참 다행입니다.
사촌동생녀석과 대나무 꺽어 멋모르고 첫 낚시하던 그 장소도...
그곳이 둠벙이었음을 늦게야 알았지만,
그땐 한없이 드넓게만 느껴졌었지요.
젊은시절 아버지모습...
아마 지금의 저보다 더 젊었을 때의 아버지 모습이 서려있습니다.
무슨이유인진 알수 없지만,
무더운 여름. 도시락을 둠벙 나무가지에 걸터앉아 식사하시던 중에
도시락을 물속으로 수장시키셨던 아버지 모습..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절로 나는군요.
그때의 추억이 마치 어제의 기억처럼 생생합니다.
도시로 떠난후 이길은 처음 걸어본 터라,
뒤따라 가며, 지난 추억을 되새기고 더듬을 저의 모습을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가슴 벅찬 이 느낌을 ...
왜 이길을 여태껏 한번도 와볼 생각을 안했을까?
아니 어쩌면 이 길이 있었다는 것조차 망각하며 살았는지도 모릅니다.
항상 곁에서 이렇게 있어줬는데...그걸 몰랐던 거죠...
예전 세명의 동서가 10리길 장보러가던 그길을
추억하며 걸어가는 모습이...
오히려 흐뭇하게 그려집니다.
마을앞 저수지 지킴이인 나이를 알수 없는 소나무...
참 사연이 많은 곳입니다.
저의 추억을 담아, 제 아들의 추억까지 보듬어 줄 수 있을까요?
앞서 말했듯이, 마을은 그래도 변화가 좀 있습니다.
전원주택지가 생기고...가끔씩 낚시도 했던 곳인데 사유지가 되어버려
이젠 들어갈 수조차 없는 곳이 생기고....
그래도 다행인건 사촌형님 친구분이 한귀퉁이 분양받았기에,
아쉬울때면 편하게 낚시도 가능하겠지만,
옛시절 만큼의 운치는 없을것입니다.
참 다행입니다.
아직도 고향엔 많은 것들이 변치않은 옛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서
항상 기다려 줄테니까요....
그래서 불나방이 되는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