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음력 10월보름에 묘사를 지냅니다.
일요일에 지내다보니 보통은 보름이 되기전 일요일에 지내는데
올해는 정확히 15일이 일요일이네요.
일기 예보상으로는 쌀쌀한 가운데 오전에 비 예보가 있었지만,
다행이 비는 안오고, 대신 바람이 장난아니네요.
소임이신 형님께서 제실에 불을 지피고 계시기에
옛 생각이 나서 한시간여를 이렇게 불을 지폈습니다.
큰집 마당에 끝물인 고추가 말라갑니다.
매번 갈때마다 무언가를 주시기에 좋은반면, 고생하신걸 주시니
마음이 편친 않아요.
오랫동안 해오시던 참외농사를 올해부터 안하신다니...
생각보다 중노동인 그 농사를 이젠 나이드시니 힘드신게지요.
한켠에 지난 수확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콩대의 모습...
이런 풍경조차도 이젠 맘껏 볼 수 없을것이라 생각하니
사라져가는 옛것에 대한 생각이 더 간절히 듭니다.
감나무에 까치밥조차도 없는 걸보니
겨울에 들어선게지요
묘사를 지내는 순서가 저희 계가 세번째기 때문에
좀 늦게 지내지만, 지난 토요일 친구들 모임서 무리한 탓에
2번째 묘사까지는 불참하고 늦게서 묘원으로 향합니다.
저 멀리 높은 산이 가야산...
두 가구가 해마다 번갈아 가며 소임을 맡는데
저는 2018년입니다.
동생이 2년후 소임이라 음식준비 땜에 신경쓰이는지, 연신 사진연발입니다.ㅋ
5대조부터 모신 묘원.
저희 계에서 관리를 합니다.
이번엔 인원이 20여명이 참석했는데, 결혼식이 있어서 몇명이 불참했더군요.
이장하기 전엔 산신 지낼 때 산소 벗어난 숲에서
간소히 했었는데, 산신제 전용 제단이 있으니 편합니다.
급하게 준비하다보니, 가져오고도 못 올린 뭔가가 있네요.
격식을 제대로 갖추고 옛것을 그대로 이어가면 좋을테지만,
참 많은 것이 남은사람의 편리함대로 조금은 바뀌어갑니다.
제기억으로 예전엔 일일이 묘소 앞에서 제를 지내니,
절을 너무 많이해서 허리가 아플지경이었는데...
23잔을 한번에 올리며 간소화됐습니다.
스텐 잔을 준비못해서 종이컵으로 대신했는데
강풍까지 불어 애를 먹었네요.
내년 소임이 준비하기로 하고...
나이를 먹을수록 제를 지낼 때
조상님께 조금의 기원을 하게됩니다.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그리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모든 묘사에 참석하신분은
오전9시부터 1시까지 강행군입니다.
저희는 12시에 산소에 올라왔으니, 한시간 가량 진행되는 행사가 되는셈이네요.
제실 옆 지금은 빈집이 되어버린 왕고모님댁.
아직까지 헐지 않고 세월의 흔적만 고스란히 간직한 채
겨우 겨우 버티고 있는게 안스럽습니다.
좋은 자재도 아니고, 그저 흙이 주재료인듯 싶은데
참으로 긴세월을 잘도 버텨줍니다.
인근에 아마 이런형식의 집을 이젠 찾을 수 없습니다.
역사가 있는 집이니까요...
가을걷이마져 끝난 들판..
이제 긴 겨울을 준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