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맘때만 되면 생기는 근심이 있었습니다.
"이번 벌초에선 부디 벌이나 뱀과 마주치는 일이 없어야 할텐데..."하고 속으로
되뇌이는 습관....
작년 5월에 이장한 후 그해 가을 벌초는 잔디가 많이 자라지 않아 하지 않았기에
이장후 처음으로 제대로 하는 벌초날 입니다.
이 길을 올라오면 묘원이 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이 길이 이미 포장이 되어 있어야하는데..
군 지원이 늦어져 자연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길가에 자라난 잡초의 크기를 보니 벌초가 힘들겠구나싶은 생각이 절로듭니다.
그래도 다행인게 이름모를 키큰 잡초를 제외하면 좀 나은 듯 보입니다.
그냥 벌초하면 내년에 다시 자랄듯 싶어 이놈은 일일이 손으로 뿌리까지 뽑아야했답니다.
묘석주위는 낫으로 일일이 작업해야만 예초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TV에 보면 별별 예초장비가 많던데..
이럴때면 아쉬움이 밀려듭니다.
사촌 큰형님에게 숙부가 되는 저의 아버지묘석을 먼저 정리하시는 뒷모습에서
애틋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요?
동생도 오랜만에 벌초 참석하여 좀 무리한 듯 싶게 하네요.
이곳은 집안중 윤보계가 관리하는 묘원입니다.
인근에 또다른 묘원도 아마 다른 계원들께서 무더위속 벌초작업을
열심히 하고 계실겁니다.
이번 벌초소임 두명이 장만한 음식으로 제 지낼 준비도 하고...
예초기 두대 중 한대가 말썽을 부려 당초 시간보다 한시간여 늦게 작업돌입합니다.
아무리 잘 관리되있어도 예초기 없으면 요즘 벌초 못합니다.
날씨도 무덥거니와, 제 생각엔 사람들 체력도 옛날만 못한듯 싶더군요.
제가 당장 그러하거든요..어쩌면 기계에 지배당했다고 봐도 되겠네요.
조성한지 2년째 되다보니 문제점들이 드러납니다.
제일 큰 문제는 바로 그늘이 하나도 없다는 겁니다.
한낮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데다 그늘한점 없다보니..
조카녀석들..키큰 잡초그늘아래로 대피합니다.ㅋ
묘원 뒷쪽에 그나마 제법 큰 나무가 있어 넓은 그늘이 되어줍니다.
이마저도 없었다면 정말 힘들었을겁니다.
여러 논의 끝에 내년 봄에 묘목을 준비해 몇그루 심기로...
시작한지 한시간여 후 마무리됐습니다.
정확히 12시 25분경에 마쳤네요.
처음에 잔디를 너무 많이 잘랐는데, 형님께서 윗부분만 조금 잘라도 된다하십니다.ㅜㅜ
잡풀씨가 날아와 뿌리를 내린답니다.
윗부분만 조금 자르는게 더 힘들어요.ㅋ
지난 초겨울의 또다른 느낌....
모두 모여 제도 지내고...
벌초와 묘사때만 뵙는 분들도 많아서 특별한 일 없으면 꼭 참석합니다.
정리 깔끔하니 잘됐지요?!!
종전 봉분을 벌초하려면 스물네기정도 됐었는데...
엄청난 수고가 줄어든 올해 첫 벌초랍니다.
벌초도 마쳤으니 이제 오곡백과 무르익는 추석이 곧 다가 오겠네요.
이시기의 벼를 보면 옛풍경이 아련하게 생각납니다.
70년대말즈음...온 동네사람들이 들로 나와 일렬로 벼베기하고 탈곡하던 모습을 말입니다.
정말 어릴적 아련한 기억이라...새삼스럽네요.
잠깐 기계가 스쳐지나가는 지금에 비하면, 참 정답던 풍경임에 틀림없습니다.
그시절 여럿이 둘러앉아 참을 먹던 장소...
소나무의 크기만큼이나 세월의 깊이가 느껴집니다.
드러는 소 여물을 먹이러 와, 소는 내팽겨두고 이곳에서 친구들이랑 놀았던 곳이기도 하답니다.
제실 옆집에 있는 강아지..
사나운 어미와는 달리 귀여움이 절정을 향하고 있네요.
용기내어 만져보고..어미가 계속 째려 봅니다.ㅋㅋ
제실로 모두 내려와 늦은 점심을 간단하게 해결합니다.
소임이 2명씩 매년 바뀌는데 동생은 2년뒤, 저는 5년뒤네요~
예초기 한 30여분 계속돌린 결과물입니다.ㅋㅋ
손이 떨려서 사진이 좀...
이번에 소임을 맡은 육촌동생은 마지막까지 열심입니다.
내년엔 참석율 100%를 내심 바래보면서...
비록 제가 직접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포근함이 느껴지는 고향의 전경입니다.
한낮엔 덥지만, 조금의 정신적 여유가 느껴지는 시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