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이나 설레는 마음으로
찌들었던...
마치 몇주간은 목욕조차 안한 사람이 목욕탕가는 심정으로?
그를, 아니면 그녀를 만나러 가는 심정으로
서둘러 벗어나려 달립니다.
사실 흙내음 맡아 본지가 언제인지도 가물 가물합니다.
맨발로 흙이라도 밟아본 기억은 더더욱 기억해 내기조차 힘든일입니다.
그것이 당연한 일상이 되버린 듯 이젠 무감각해졌죠.
처음 그를 (어쩌면 그녀일지도) 만났을 땐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가 없었지요.
그저 녀석의 분신인 찌 하나만 째려 보는 눈의 중노동 쯤으로 치부해 버렸으니까요.
어쩔땐 정말 1시간 아니 30분도 안되어 싫증이 날때가 많았더랬죠.
그렇게 그와의 관계가 서먹해지고..
자연히 발길이 줄어들었겠지요.
한달은 금방 흐르고 두달 ....
그렇게 몇달이 흐른 뒤....어느날 갑자기 몸이 달아 오릅니다.
또 무작정 달려가는 저를 발견합니다..
그가 있는 곳 혹은 그녀가 있는 그곳으로....
그때 처음 알았죠.
아~~~ 내가 낚시에 빠진게 아니라는걸요.
왜냐면 낚싯대 펼치지도 않고 그가 있는 그곳에 도착만 했을뿐인데..
그 몸달아 오름은 깨끗이 사라진 듯 보였으니까요.
(이론적으론 이증상이 환자 초기증상과 아주 비슷하지만 ㅋㅋ)
그를 둘러싼... 어쩌면 그녀를 지키고 있는 주위의 모든 사물 하나 하나를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저 그런것들에 흠뻑 젖게 나를 내어준 듯....
그 상태가 그렇게 편안하고, 조용하며, 아늑할 수가 .....
녀석의 산물이 내가 아는 붕어라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 갈수록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놈. 년?
하지만 이제 그 둘은 관심 밖으로 밀려난지 꽤 된 듯한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생각하고 있는것보다 더 됐을지도 모릅니다.
예전 눈의 중노동도 사라지고, 하룻밤뒤의 그 허무함 조차도 기억되지 않는
그 무언가의 새로운 氣를 얻어가는 느낌이랄까요
낚시가방메고, 낚시관련장비 들고
저수지 앉아 있으니 낚시를 제가 좋아하는건 분명한겁니다.
하물며 붕어얼굴 구경 못하는 날이 점점 더 늘어 날수록
갈구하는 재미가 차츰 줄어들어야하고...
자연스레 이놈의 낚시 때려쳐야 정석아닐까 싶은데 그것도 아니더군요.
안되는거 되게하는게 인생목표는 될 수 있겠지만,
복잡한 인생을 낚시에까지 엮어서 해석하고 싶진 않습니다.
안되면 깨끗이 포기하고
마음을 비우는겁니다.
이상하게도 그러면
새로운게 시야에 들어옵니다.
눈의 중노동을 멈추지않던 찌는 어느순간 시야에서 사라지고
소름돝을 정도로 밤하늘에 빼곡히 자리한 별들과
순간 찌는 아닐까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휴대폰도 안터지는 곳에서본 반딧불이..
발밑 이상한 느낌에 후레쉬비쳐보니 불현듯 스쳐지나가는
이름 모를 뱀 한마리...
아드레날린이 마구 마구 솟구칩니다 ㅋㅋ
올해처럼 유난히 추운겨울엔 특히나
에고~ 따뜻한 방에서 쉬면 좋았을 것을 하면서
얼어가는 낚싯대 잡기싫어 차라리 입질이라도 하지말아 달라 빌어본적도 있었죠.
(입질해줄리 만무하지만...)
그렇게라도 녀석과 그녀의 주위를 순찰하고 와야 직성이 풀리니 어쩝니까..
그래서 또 준비하렵니다.
따뜻한 봄을 기다리렵니다.
사계절 다른 모습으로 내 곁을 늘 지켜주는
비록 일주일에 많아야 한번이지만(어쩌면 이주일이 될수도^^;)
적막함이 더해지는 깊은 밤중...고요함 속에서,
그곳에서 내 숨소리 들을 수 있는 그 시간을
기다리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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